레이저(LASER)는 Light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유도방출에 의한 빛의 증폭)의 줄임말입니다. 바코드 스캐너, 레이저 포인터, 광통신, 안과 수술, 거리 측정(라이다)까지—우리 주변 곳곳에서 쓰이는 이 특별한 빛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살펴봅니다.
전구나 태양처럼 우리가 흔히 보는 빛은 여러 파장이 뒤섞인 채 사방으로 무질서하게 퍼져 나갑니다. 반면 레이저 빛은 세 가지 점에서 특별합니다.
원자는 에너지를 받으면 전자가 들뜬 상태가 되었다가, 스스로 빛(광자) 하나를 내놓으며 바닥상태로 돌아가곤 합니다(자연방출). 그런데 마침 그 원자가 낼 빛과 똑같은 파장의 광자가 먼저 지나가면서 원자를 자극하면, 원자는 그 자극에 맞춰 완전히 똑같은 파장·위상·방향의 광자를 하나 더 내놓습니다. 이것이 유도방출(stimulated emission)입니다.
광자 하나가 들뜬 원자를 만날 때마다 자신과 똑같은 쌍둥이 광자를 하나씩 늘려가므로, 광자 수는 마치 눈덩이처럼 빠르게 불어납니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와 반대로 들뜬 원자가 바닥상태 원자보다 많은 상태(반전분포, population inversion)가 먼저 만들어져야 하며, 보통 외부에서 에너지를 계속 공급하는 펌핑(pumping)으로 이 상태를 만듭니다. 또한 양쪽 끝에 거울을 마주 세운 광공진기(optical cavity) 안에 이 물질을 넣어 빛이 왕복하며 계속 증폭되게 하고, 한쪽 거울은 빛의 일부를 내보내는 출력 거울(부분 반사경)로 만들어 레이저 빔을 얻습니다.
👉 아래에서 펌핑 버튼을 누른 뒤, 광자를 하나 쏘아 보세요!
들뜬 원자: 0개 · 지금까지 출력된 광자: 0개
왼쪽은 빛을 모두 반사하는 완전반사 거울, 오른쪽은 빛의 일부만 내보내는 출력 거울입니다. 광자가 들뜬 원자(빨강)를 지날 때마다 원자는 바닥상태(회색)로 바뀌면서 자신과 똑같은 광자를 하나 더 내놓습니다. 광자가 늘어날수록 오른쪽으로 빠져나가는 빛(출력)도 많아지는 것을 확인해 보세요.
가는 레이저 빔으로 바코드의 검은 줄무늬를 정확히 읽어 냅니다.
레이저 다이오드가 만든 빛의 깜빡임에 데이터를 실어 광섬유로 초고속 전송합니다.
레이더처럼 레이저를 쏘고 되돌아오는 시간을 재어 거리를 측정합니다. 자율주행차, 3차원 지도 제작에 쓰입니다.
안과 시력교정술, 피부과 시술, 종양 제거 등 정밀한 절개와 응고에 활용됩니다.
디스크 표면의 미세한 홈을 레이저로 읽고 써서 정보를 저장합니다.
강한 레이저 빔의 에너지를 한 점에 모아 금속을 자르거나 붙입니다.
메이저(MASER)는 Microwave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유도방출에 의한 마이크로파 증폭)의 줄임말로, 레이저와 원리는 완전히 같고 다만 증폭되는 빛의 파장이 가시광선이 아니라 전파(마이크로파) 영역이라는 점만 다릅니다. 실험실 밖 우주 공간에도 자연적으로 반전분포가 만들어지는 곳이 있는데, 이런 곳에서 나오는 전파를 우주 메이저(astrophysical maser)라고 부릅니다.
별이 갓 태어나는 성간 가스 구름이나, 죽어가며 물질을 우주로 뿜어내는 늙은 별(적색거성) 주변에서는 강한 별빛이나 충돌이 물(H₂O), 수산기(OH), 규소산화물(SiO), 메탄올 같은 분자들을 들뜨게 해 반전분포를 만듭니다. 이 분자들이 유도방출로 내는 전파는 매우 좁은 영역에서 나오는데도 놀랍도록 밝아서, 전파간섭계(VLBI)로 관측하기에 이상적인 대상입니다. 그래서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을 비롯한 전 세계 전파간섭계들이 이런 우주 메이저를 정밀하게 관측해, 별이 태어나는 순간의 모습이나 늙은 별 주변 물질의 움직임을 연구합니다. 여러 전파망원경을 연결해 이렇게 작고 밝은 천체를 정밀하게 보는 원리는 간섭계 원리 편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 재미있는 사실!
레이저(1960년)보다 앞서 1950년대에 먼저 만들어진 것이 메이저입니다. 그리고 우주의 메이저는 그보다도 훨씬 전부터, 별이 탄생하고 죽는 곳마다 자연적으로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인류가 실험실에서 유도방출 원리를 발견하기 훨씬 전부터, 우주는 이미 같은 원리로 전파를 증폭해 온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