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별의 생성과 사멸 과정 연구

별의 생성과 진화 과정은 초기 질량에 따라서 서로 다른 경로를 거치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 태양처럼 비교적 가벼운 별들은 주계열 단계에서 핵융합 반응으로 중심부의 수소를 모두 소진하면 중심부는 수축하고 바깥부분은 팽창하여 적색거성이 된다. 적색거성 단계에서 중심부가 계속 수축하여 온도가 1억 도에 도달하면 헬륨을 태우기 시작하여 점근거성열(asymptotic giant branch)에 도달하고 이것도 모두 소진하면 중심부는 남아서 백색왜성이 되고 분출된 외피는 행성상 성운(planetary nebular)이 된다. 태양보다 8배 이상 무거운 별들은 주계열 단계에서 적색초거성으로 진화한 후 폭발하여 초신성이 되며 중심부는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이 된다. 아래 그림은 성간물질에서 별이 탄생하고 진화하여 별의 일생을 마친 후 다시 성간물질로 돌아가는 순환과정을 보여준다. 따라서 별의 생성과 사멸과정에 대한 연구는 별의 진화 뿐만 아니라 은하와 우주 규모의 물질 순환과정을 이해하는 것에 핵심이 된다.

질량에 따른 별의 진화과정과 물질의 순환 (NASA 제공)
질량에 따른 별의 진화과정과 물질의 순환 (NASA 제공)
무거운 별 생성 지역의 물리적 특성과 자기장 역할 연구

무거운 별의 생성 과정은 가벼운 별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대부분의 무거운 별 탄생 영역은 가벼운 별 탄생 영역보다 멀리 떨어져 있으며 서로 가깝게 무리지어 모여 있어서 물질 분출과 같은 물리현상이 어느 천체에 속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또한, 무거운 별 탄생 영역은 주위에 물질이 두껍게 둘러싸고 있어서 내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직접 관측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무거운 별 탄생 과정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큰 질량으로 인한 내부 온도의 급격한 상승 때문에 수소 핵융합 반응이 강착원반으로 물질이 모이는 과정이 끝나기도 전에 시작된다는 것이다. 중심별에서 시작된 핵융합 반응으로 인한 엄청난 복사압을 겪으면서 물질들이 어떻게 계속 쌓일 수 있는지에 대한 모델이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메이저는 이와 같은 무거운 별 탄생 영역을 연구할 수 있는 좋은 도구이다. 무거운 별 탄생 영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메이저는 22GHz H2O 메이저와 44/95 GHz 클래스 I 메탄올 메이저, 6.7 GHz 클래스 II 메탄올 메이저이다. 22GHz H2O 메이저와 클래스 I 메탄올 메이저는 가벼운 별과 무거운 별 탄생 영역에서 모두 발생하며 주로 물질 분출 영역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클래스 II 메탄올 메이저는 주로 무거운 별 탄생 영역에서 발생하고 별과 가까운 영역의 디스크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22GHz H2O 메이저와 클래스 I 메탄올 메이저는 물질 분출에 의한 충돌 기작으로 발생하고 클래스 II 메이저는 별에서 방출되는 빛에 의한 복사 기작으로 발생한다고 여겨진다. 메이저는 발생 특성상 세기가 매우 강하고 국부적인 물리 조건에 민감하므로 이들을 관측하여 공간-속도 분포를 조사하면 주변의 물리 환경과 물질 이동의 동역학적 특성을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KVN은 22GHz H2O 메이저와 44GHz/95GHz 클래스 I 메탄올 메이저를 동시에 관측할 수 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메이저 스팟의 공간과 속도 구조는 물론 고유운동을 측정하여 원시성으로부터 방출되는 제트의 3차원 구조와 동역학 특성을 연구할 수 있다. 클래스 I 메탄올 메이저는 H2O 메이저, 클래스 II 메탄올 메이저 등 다른 메이저와 달리 VLBI 관측에서 검출된 적이 없어 구조가 고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약 300 km의 짧은 기선을 갖고 있는 KVN을 이용하여 세계 최초로 25개의 44GHz 클래스 I 메탄올 메이저 원을 검출하였다 (Matsumoto, N. 2014).

무거운 별생성영역
무거운 별생성영역 G25.82-0.17. 좌측: ALMA SiO 분자선으로 관측된 쌍극분출류, 중앙: ALMA CH3OH 분자선으로 관측된 회전하는 강착원반, 우측: KaVA(KVN + VERA)로 관측된 H2O 메이저 스팟 분포. LSR 속도를 색으로 표시 (Kim, J. in prep).

KVN은 초고분해능 메이저 이미징 관측 뿐 아니라 편광 관측 성능을 갖추고 있다. 이미징, 모니터링 관측 데이터를 비교 분석하여 메이저 원들의 분포와 고유운동을 측정하므로 생성중인 무거운 별 디스크-제트 시스템의 3차원 구조와 동역학 특성을 연구할 수 있다. 또한 편광관측을 통해 원시성 주변 영역 자기장의 구조와 세기를 mas 분해능으로 측정할 수 있다. 또한, 원시성의 모 분자운(핵) 및 디스크-제트 시스템에 대한 연속파와 분자선 편광관측을 통해 더 큰 스케일에서의 자기장 성질을 연구할 수 있다. 이러한 연속파 편광 관측과 VLBI 메이저 편광 관측을 비교 분석하여 별생성 영역의 자기장 특성을 작은 스케일에서 큰 스케일까지 총체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

메이저 관측을 이용한 늙은 거대별의 물질 방출 연구

무거운 별이 적색거성이나 적색초거성 단계를 거쳐 점근거성열에 도달하여 진화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양(10-4 - 10-6 M☉ yr-1)의 물질을 주변으로 분출하며 이것은 성간에 새로운 물질을 공급하는 중요한 원천이다. 이러한 질량 손실은 무거운 별의 마지막 진화 단계에서 중심부의 강한 복사압과 표면 중력의 균형이 깨지면서 팽창된 별의 외피층이 우주 공간으로 분출되는 것으로서 별의 후기 진화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무거운 별의 물질 분출 양상은 별이 가지고 있는 자기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자기장의 영향으로 초기에 구형 대칭으로 시작된 물질 분출이 후기에 다양한 형태를 갖게 된다. 따라서 물질 분출 현상과 자기장은 무거운 별의 마지막 진화단계를 연구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물질방출이 가장 활발한 늙은 별의 경우, 별 반경의 20 – 30 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발생하는 H2O 메이저와 별 근처에서 발생하는 SiO 메이저를 편광관측하면 별과 주변의 자기장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아래 그림는 적색초거성 VX Sgr에서 방출되는 H2O와 SiO 메이저에 대한 편광관측 결과이며 메이저의 공간분포를 통해서 물질의 분포를 알 수 있고 각각의 메이저 스팟에 나타난 편광성분을 연결하여 중심별의 극지방에서 시작된 쌍극자(dipole) 형태의 자기장 분포를 알 수 있다.

적색초거성 VX Sgr에서 방출되는 H2O 메이저
적색초거성 VX Sgr에서 방출되는 H2O 메이저(좌측, 22GHz)와 29SiO v=0, J=5-4 메이저(우측, 215 GHz)의 공간분포와 자기장. 좌측: VLBA 관측결과. 작은 사각형은 H2O 메이저의 위치, 실선과 점선은 자기장의 방향 (Vlemmings, W.H.T. 2005). 우측: SMA 관측결과. 색이 입혀진 작은 원은 SiO 메이저의 위치, 점선은 자기장의 방향, 중심 실선원은 중심별의 크기와 위치 (Vlemmings, W.H.T. 2011).

메이저의 공간분포는 무거운 별에서 분출된 물질의 분포와 더불어 메이저가 발생한 위치의 물리적 환경을 알려주는 중요한 열쇠이다. 메이저의 발생기작은 분자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고 같은 분자라도 에너지 천이에 따라 달라진다. 무거운 늙은 별에서 많이 관측되는 H2O와 SiO 메이저는 각각 서로 다른 발생기작을 가지며 SiO분자의 서로 다른 천이에서 발생하는 메이저들도 서로 다른 밀도와 온도 등의 물리적 조건을 갖는다. 천문연구원에서 운영하는 KVN은 네 주파수에서 동시에 신호를 관측할 수 있으므로 22GHz H2O 메이저와 43/86/129GHz에서 발생하는 SiO v=1, J=1-0와 v=2, J=1-0 (43, 42GHz) 메이저, SiO v=1, J=2-1 (86GHz) 메이저, SiO v=1, J=3-2 (129GHz) 메이저를 동시에 관측할 수 있다. 특히, 서로 다른 천이에서 발생하는 SiO 메이저들의 발생기작은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 왔으며 KVN은 세계 최초로 43/86/129GHz SiO 메이저들의 상대적인 공간분포를 정확하게 측정하여 이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아래 그림은 무거운 늙은 별인 적색초거성 VX Sgr에서 발생하는 H2O 메이저와 서로 다른 천이에서 발생하는 SiO 메이저들의 공간분포이며 KVN의 22/43/86/129GHz 주파수에서 동시에 관측된 결과이다. 중심별 주위에 링 구조로 분포하는 SiO 메이저와 멀리 퍼져있는 H2O 메이저의 비정형 공간분포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43/86/129GHz SiO 메이저들의 상대적인 공간분포는 이들의 발생기작을 풀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특히 세계 최초로 관측된 129 GHz SiO v=1, J=3-2 메이저의 전파간섭계 이미지는 다른 SiO 메이저들에 비해 조금 더 바깥쪽에서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메이저 이론 연구에 중요한 관측결과로 활용되고 있다.

적색초거성 VX Sgr 주변의 22GHz H2O 메이저
KVN으로 관측된 적색초거성 VX Sgr 주변의 22GHz H2O 메이저와 43/86/129GHz SiO 메이저들의 공간분포(Yoon, 2018). 좌측: H2O 메이저 (자주색)와 SiO 메이저들 (청색, 적색, 노란색, 하늘색)의 공간분포. 우측: 중심별과 가까운 곳에서 발생하는 SiO 메이저들의 공간분포를 확대한 그림.
늙은 거대별의 형태 변화와 자기장의 영향 연구

무거운 별이 점근거성열 단계에서 대부분의 물질을 우주공간으로 방출하면 중심의 핵과 이를 둘러싼 주변 물질이 다양한 형태로 남는 행성상 성운이 된다. 늙은 별 진화단계 초기에 구형으로 시작된 물질 방출이 행성상 성운 단계에서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변하는 과정은 자기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행성상 성운의 다양한 물질분포와 자기장을 관측하는 것은 별의 후기 진화과정을 풀 수 있는 중요한 도구이다. 아래 그림은 행성상 성운 OH 231.8+4.2를 KVN으로 관측하여 22GHz H2O 메이저와 43GHz SiO 메이저의 상대적인 공간분포와 속도분포를 얻은 결과이다. 이 천체는 남아있는 별의 핵과 이를 중심으로 양쪽 방향으로 길게 분포된 물질분포가 뚜렷하게 보이는 행성상 성운으로서 자기장과 물질분포의 상호관계로부터 무거운 별의 후기 진화과정을 연구할 수 있는 좋은 대상이다. KVN은 양쪽으로 길게 분포된 물질의 끝부분에서 방출되는 H2O 메이저와 중심별 위치에서 방출되는 SiO 메이저를 22/43GHz 주파수에서 동시에 관측하였다. 이 결과 북쪽의 H2O 메이저는 우리에게 다가오는 방향(그림에서 청색), 남쪽의 H2O 메이저는 우리로부터 멀어지는 방향(그림에서 적색)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 측정되었다. 이를 통해서 별의 물질 분출이 쌍극자(bipolar) 형태임을 알게 되었으며 이와 관련된 자기장의 역할과 별의 후기 진화과정 특성을 연구할 수 있는 중요한 관측 자료를 제시하였다.

행성상 성운 OH 231.8+4.2의 가시광선에서 관측된 모습
행성상 성운 OH 231.8+4.2의 가시광선에서 관측된 모습 (좌측)과 KVN으로 관측된 H2O 메이저와 SiO 메이저의 속도-공간 분포(우측) (Dodson, R. 2018).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무거운 별의 진화과정에서 물질 분출은 매우 중요한 물리적 현상으로서 별의 진화 방향과 주변 물질과의 상호작용을 결정짓는 요소이다. 자기장은 별의 물질 분출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물질 분출의 형태를 결정하여 후기 진화과정에서 매우 다양한 형태의 행성상 성운이 만들어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무거운 별들 주변의 복잡한 물리적 환경을 자세히 관측하기 위해서는 높은 분해능과 감도를 가진 전파간섭계가 필수적이며 KVN은 네 주파수 동시관측을 통해서 무거운 별의 후기 진화과정 연구에 중요한 결과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