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성 은하핵의 물리적 특성 연구

초대형 블랙홀의 활발한 진화단계인 활동성 은하핵은 은하의 형성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활동성 은하핵과 은하 및 우주거대구조 사이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것은 21세기 천체물리학의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이다. 활동성 은하핵과 관련된 여러 근원적 질문들 - 예를 들면 은하가 먼저 생성되었는가? 초대형 블랙홀이 먼저 생성되었는가? 초대형 블랙홀의 활동 기작은 무엇인가? 어떻게 초대형 블랙홀이 되었는가? - 은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해 현재까지 다양한 파장에서 많은 관측이 수행되어 왔으며 최근에 초장기선 전파간섭계 관측을 통해 이제까지 보지 못한 초대형 블랙홀 안쪽의 상세 구조를 볼 수 있게 되어 문제의 해답에 접근하고 있다.

활동성 은하핵의 물질 방출과 자기장의 구조 연구

활동성 은하핵은 상대론적 제트를 통해서 주변으로 막대한 양의 물질을 방출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난제가 여전히 그 해답을 기다리고 있다.

  • 상대론적 제트의 구성물질은 무엇인가?
  • 상대론적 제트는 어떻게 형성되고 가속되는가?
  • 상대론적 제트는 어떻게 먼 거리까지 뻗어나가는가?

활동성 은하핵의 제트가 처음 발견된 1900년도 초부터 수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지만 이 난제들에 대한 속 시원한 대답은 제시되지 못하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논쟁과 또 다른 의문점만 낳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 발표되는 연구결과에 따르면, 제트 형성 과정에 자기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지난 100년 동안의 활동성 은하핵 제트 연구를 통해 갖게 된 지식은 상대론적 제트의 형성은 초고질량 블랙홀과 그 주변의 강착원반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가정이다. 하지만, 이 가정은 블랙홀이나 강착원반의 공간규모가 10-4 pc(파섹) 스케일이고 제트의 크기가 Mpc(메가파섹)에 이른다는 사실을 극복하기가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이 가정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블랙홀이나 강착원반에서 발생하는 에너지가 백억 배의 공간차이를 극복하여 전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표면적 모순에도 불구하고 최근 연구결과에서는 kpc(킬로파섹)에서 Mpc(메가파섹) 규모를 가진 제트의 자기장 플럭스 세기가 물질의 강착률과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관측적으로 입증되었다. 이는 제트가 생성되는 기저부는 동역학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기장에 의해 지배되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증거이다. 또한, 자기장은 강착원반의 물리적 특성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즉, 자기장은 물질의 유입을 저지하고 강착원반을 압축하여 회전속도를 줄이면서 그 각운동량을 제트로 방출하여 Mpc(메가파섹) 규모의 제트 구조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트의 자기장은 활동성 은하핵 중심부와 제트의 특성을 동시에 결정하는 중요한 제한조건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활동성 은하핵 제트의 자기장 특성 연구는 위의 난제들을 푸는 가장 강력하고 중요한 수단이다.

허블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한 M87
허블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한 M87의 상대론적 제트(왼쪽, 출처: NASA/STScL/AURA)와 자기장에 의한 제트의 3차원 모사결과(오른쪽, 출처: Meier, D.L. 2001)

활동성 은하핵 제트의 자기장을 연구하는 한 가지 접근법은 전파 편광관측을 통해 편광된 빛의 특성(편광율, 선형편광각)을 관측하는 것이다. 활동성 은하핵 연구 초창기에 제트의 강한 전파원이 싱크로트론 복사 방출에 의한 것임을 밝혀낸 이후로 편광관측은 활동성 은하핵 제트 연구에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전하를 띤 입자(전자, 양전자, 또는 양성자)와 주변의 강한 자기장, 그리고 그 입자들의 상대론적 가속 운동으로 인해 방출되는 싱크로트론 복사의 편광 성분을 관측함으로써 활동성 은하핵 제트의 자기장 특성을 밝힐 수 있다. 기존의 활동성 은하핵 제트 편광관측은 넓은 전자기파 영역 중 아주 좁은 주파수 대역(즉, 에너지 대역)의 연구에 한정되어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주파수 대역에서 다른 시간에 걸쳐 관측하더라도 싱크로트론 복사의 변광 특성 때문에 다주파수 편광관측연구의 정확도에 한계가 있었다.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은 선형 편광특성을 여러 파장에서 동시에 관측할 수 있다. 활동성 은하핵 제트의 싱크로트론 편광복사는 연속전파이지만 파장에 따른 특성이 전파원의 주변 환경, 즉 자기장의 분포와 주변 물질의 물리적인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면,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선형편광률이 파장에 따라 증가(편광강화, polarization)하거나 감소(편광소멸, depolarization)하기도 하며, 선형편광각이 파장에 따라 회전하기도 한다. 특히, 선형편광각의 파장에 따른 회전(파라데이 회전)은 그 회전량(RM)이 회전을 일으키는 매질의 시선방향 자기장세기와 자유전자 밀도, 그리고 편광 빛이 지나온 매질의 크기에 비례하기 때문에 매질의 특성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물리량이다. KVN을 이용한 다주파수 동시 편광관측과 더불어 ALMA, JCMT 등의 전파망원경을 동시에 활용하면 광대역 RM 관측을 통해 RM의 주파수별 특성을 유추할 수 있어 RM의 발생지역을 확정지을 수 있게 된다. 또한, 활동성 은하핵의 RM관측을 통해 강착원반의 물질 강착률을 계산하여 관측적으로 검증된 강착원반 모델을 제시할 수도 있다.

활동성 은하핵에서 방출되는 제트의 속도 구조 연구

우리은하로부터 가까운 거리(약 16.7 Mpc)에 있는 메시에 87 (M87)의 중심에는 강력한 에너지 방출(제트)을 하고 있는 초대형블랙홀이 존재한다. M87의 초대형블랙홀은 태양보다 약 109배 무겁고 매우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기 때문에 초대형블랙홀의 에너지 방출현상을 연구하기 위한 핵심 대상이다. 한국천문연구원과 일본국립천문대는 KaVA를 이용하여 22, 43GHz 대역에서 M87을 1달 이내의 주기로 모니터링 관측을 진행하여 중심의 초대형블랙홀로부터 1 mas에서 20 mas까지의 구조를 정밀하게 추적하고 있다. 이 관측의 밀리각초(milli arcsecond) 분해능에서 제트가 초광속 운동을 보이는 것을 확인하였고 동시에 점진적인 가속이 이루어짐을 확인하였다. 이는 최근 보고된 VLBA 43GHz 관측 결과와도 부합하며 이러한 관측 결과들은 향후 초대형블랙홀의 에너지 방출 모델을 검증하는 결정적인 증거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aVA 22 GHz 관측에서 얻은 활동성 은하핵 M87 제트 영상
KaVA 22 GHz 관측에서 얻은 활동성 은하핵 M87 제트 영상
활동성 은하핵의 코어이동 현상 연구

활동성 은하핵의 코어이동(coreshift) 현상은 제트의 코어 위치가 관측 주파수에 따른 불투명도(opacity)에 따라 변하는 현상으로서 관측주파수가 증가함에 따라 (파장이 짧아질수록) 중심 블랙홀에 가까운 지역(즉, 제트의 up-stream)을 관측하게 된다. 이처럼 주파수에 따른 활동성 은하핵 제트 코어의 위치이동 현상은 전파간섭계 관측의 주요한 문제로서 블랙홀의 물리적 특성을 밝히는 데 매우 중요한 도구로 사용된다.

주로 센티미터(cm) 파장대역에서 연구된 결과에 따르면, 2.3/8.6 GHz의 경우 평균 코어 이동량이 약 0.44 mas (Kovalev, Y. Y. 2008), 1.4/15.4 GHz의 경우 약 1.2 mas, 그리고 5/15.4 GHz의 경우 약 0.24 mas를 보였다(Sokolovsky, K. V. 2011). 이와 같은 활동성 은하핵 코어이동 측정은 높은 영상감도를 바탕으로 활동성 은하핵 제트의 끝단(jet down-stream)의 광학적으로 얕은(optically thin) 성분은 관측주파수에 따른 위치이동이 없다는 가정을 기반으로 한다. 아래 그림은 1642+690의 2.3/8.6 GHz 코어이동을 측정한 예를 비롯하여, 0610+260의 15 GHz 이하 5개 주파수 대역에서 측정된 코어이동 결과 및 29개 활동성 은하핵 샘플들에 대한 2.3/8.6 GHz 코어 이동량의 통계적 분포를 나타낸다. 이러한 결과는 활동성 은하핵 중심으로부터 코어의 위치가 관측주파수에 반비례하며, 기존의 Blandford & Königl 모델을 뒷받침 한다.

AGN 코어이동 관측
(상) 1642+690의 2.3/8.6 GHz에서의 AGN 코어이동 관측 예 (Kovalev, Y. Y. 2008). (하) 0610+260의 다주파수 코어이동 측정 결과와 29개 AGN 샘플들의 2.3/8.6 GHz 코어이동 통계(Sokolovsky, K. V.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