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공동연구그룹, 만기형별 주변 일산화규소 메이저선의 고정밀 영상관측에 성공

만기형별 주변 분자선 전파, 한일 공동의 우주전파관측망으로 포착하다

보도자료 (2016-05-31)

별들도 저마다 탄생과 죽음의 과정을 겪는다. 태양 질량의 1~8배 질량을 가진 별이 늙어서 사멸단계로 접어들면 별 바깥부분의 물질을 서서히 우주로 날려버린다. 한일 공동 우주전파관측망이 이 부분의 고정밀 관측에 성공해 별의 마지막 진화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찾게 됐다.

한국천문연구원(원장:한인우)은 한일 공동 우주전파관측망인 KaVA를 이용하여 만기형별 ‘WX Psc’ 주변에서 발생하는 일산화규소(SiO) 분자가 내는 메이저의 고정밀 영상관측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별의 마지막 진화 단계인 만기형별(late-type star)은 주변 외피층이 발달해 이곳에서 형성된 일산화규소(SiO), 물(H2O), 수산화기(OH) 분자들로부터 강한 전파인 메이저(MASER, microwave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선을 방출한다. 이번에 관측한 만기형별 ‘WX Psc’는 지구에서 약 1900광년 떨어진 물고기자리에 위치한 별로 일산화규소(SiO), 물(H2O), 수산화기(OH) 세 분자의 메이저선을 함께 내는 대표적인 천체이다. 이와 같은 메이저를 관측하면 별 주변의 물리적 환경과 물질 방출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고, 그에 따른 별의 마지막 진화 과정을 연구할 수 있다. 이중 7mm 파장대의 일산화규소 메이저선은 많은 관측과 활발한 이론 연구가 진행 중인 분야다.

본 관측에 활용된 KaVA(KVN and VERA Array)는 한일 공동의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 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er) 관측망이다. 특히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이 구성하는 짧은 기선들은 이전의 다른 전파간섭계 관측에서 놓친 메이저의 확장구조를 검출하여 보다 풍부하고 자세한 메이저 구조와 공간분포를 보여주었다.

'WX Psc'관측 결과, 중심별 주위에서 발생하는 일산화규소의 두(v=1, v=2) 메이저선의 공간분포는 전형적인 링 구조를 보이며 각 각의 메이저 발생영역이 많이 중첩되어 있음을 보이나 평균적으로는 v=2 메이저가 v=1 메이저보다 중심별에 가까운 영역에서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결과는 두 일산화규소 메이저가 물리적으로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기존의 학설을 보다 명확히 검증한 연구결과다. 빛으로 볼 수 없는 만기형별 광구 가까이의 복잡한 물리적 현상과 일산화규소 메이저의 발생 원리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SiO 메이저에 대한 KaVA 관측 영상
그림 1. 만기형별 'WX Psc' 주변에서 발생하는 v=1(청색)과 v=2(적색) J=1-0 SiO 메이저에 대한 KaVA 관측 영상(2012년 4월 관측). 두 SiO 메이저가 서로 매우 비슷한 공간분포와 전형적인 링 구조를 보이며 일부 영역에서는 물질분출을 암시하는 모습도 보인다. 특히 두 SiO 메이저의 시선 속도에 따른 공간분포가 서로 비슷한 것은 이 메이저들이 물리적으로 강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두 메이저를 링 중심(별 중심)을 기점으로 서로 중첩해본 결과
그림 2. 두 메이저를 링 중심(별 중심)을 기점으로 서로 중첩해본 결과 평균적으로 v=2(적색) 메이저가 v=1(청색) 메이저보다 0.5 밀리각초(4.6×107km:0.3AU) 정도 중심별에 더 가까운 영역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만기형별 연구그룹을 이끌고 있는 한국천문연구원 조세형 연구위원은 “KaVA는 높은 공간 분해능을 제공하는 일본 VERA의 긴 기선과 플럭스(flux) 손실을 줄이는 짧은 한국의 KVN 기선이 조합해 타 관측결과 보다 자세하고 정확한 메이저의 공간분포를 제공하였다”며 “한일 공동 우주전파관측망의 세계적인 성능을 입증한다”고 전했다.

KaVA를 통해 대표적인 연구결과를 내기 위해 2011년 별탄생영역, 만기형별, 활동성은하핵 분야별로 한일공동 과학연구 워킹그룹이 구성됐다. 이번 연구결과는 한일공동 과학연구 워킹그룹의 활동 중 별탄생영역, 활동성은하핵 분야에 이은 만기형별 분야의 첫 번째 연구결과로, 미국 천체물리학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 of American Astronomical Society)에 게재되었다. 해당 연구는 한일 양국의 만기형별 연구그룹을 이끌고 있는 한국천문연구원 조세형 연구위원과 일본 가고시마대학 이마이 히로시 교수를 비롯하여 한국천문연구원 윤영주 선임연구원, 김재헌 박사후 연수원, 일본국립천문대 아사끼 요시하루 교수 등의 공동연구로 진행되었다.

한편, 만기형별 연구그룹은 그간의 메이저선 탐색 영상관측 결과를 토대로 앞으로 15~20개 만기형별을 선정, 수년에 걸친 메이저 모니터링 관측을 통해 질량방출 과정 등 별의 마지막 진화 과정을 계속적으로 파헤쳐나갈 예정이다.

참고자료

한일 공동 우주전파관측망 KaVA(KVN and VERA Array)
한국천문연구원이 운영하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 KVN(Korean VLBI Network)과 일본국립천문대가 운영하는 VLBI 관측망 VERA(VLBI Exploration of Radio Astrometry)가 결합된 한일 공동의 VLBI(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er) 관측망이다. 즉 서울 연세대, 울산 울산대, 제주 탐라대에 설치된 21m 전파망원경 3기로 구성된 KVN과 일본 미즈사와, 이리키, 이시가끼시마, 오가사와라에 설치된 20m 전파망원경 4기 로 구성된 VERA가 결합된 7기의 전파망원경에 의한 VLBI 관측망으로 그 가장 긴 거리(미즈사와-이시가끼시마)인 약 2300km 직경에 해당하는 전파망원경으로 관측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KaVA는 2010년 한국천문연구원과 일본국립천문대 사이 VLBI 상호협약에 의해 구축되었다. 그간 시험관측 단계를 거쳐 현재는 한국, 일본은 물론 동아시아 지역 전체의 천문학자들과 공동 이용 중이다.
VLBI(초장기선 전파간섭계)
VLBI(초장기선 전파간섭계, 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er)는 수백~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여러 대의 전파망원경으로 동시에 같은 천체를 관측하여 전파망원경 사이의 거리에 해당하는 구경을 가진 거대한 가상의 망원경을 구현하는 방법이다. 전파간섭계 해상도는 망원경의 떨어진 거리에 비례하여 향상된다. VLBI를 이용하면 허블 우주망원경, 스바루 망원경 등 대형 광학망원경보다 수십 배 이상의 높은 해상도로 천체를 관측하는 것이 가능하다.
만기형별 'WX Psc'
태양 질량의 1~8배 질량을 가진 별이 진화하여 사멸단계로 접어들면 별이 커지고 역학적으로 불안정해지면서 맥동을 통해서 별을 이루고 있던 물질을 성간공간으로 많이 방출하기 시작한다. 이 단계 별들은 만기형 거성으로 분류되며 별 주변 외피층으로부터 일산화규소(SiO), 물(H2O), 수산화기(OH) 분자의 강한 메이저선이 방출된다. 이번에 관측한 만기형별 ‘WX Psc’는 지구에서 약 1900광년 떨어진 물고기자리에 위치한 약 660일 주기의 변광성으로 위 세 분자의 메이저선을 함께 내는 대표적 천체이다.
메이저
메이저(MASER, microwave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는 레이저(LASER, light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와 파장영역이 다를 뿐 발생기작은 동일하다. 분자나 원자는 안정된 상태에서 낮은 에너지 레벨에 더 많은 확률로 분포하고 있지만 외부의 어떤 자극(pumping)에 의해 높은 에너지 레벨의 분포가 낮은 에너지 레벨의 분포보다 많아지는 에너지 레벨 분포의 역전(inversion)이 일어날 수 있다. 역전이 일어나면 이 매질을 통과하는 빛이나 전파는 거리에 따라서 지수함수적으로 세기가 증폭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생성된 전파는 특정한 주파수에서 매우 강한 간섭성(coherence)을 보이며 그 세기가 상응하는 흑체복사보다 매우 강하다. 우주에서는 주로 만기형별, 별탄생영역, 활동성은하에서 방출되는 것이 관측되며 이들을 천문메이저(astronomical MASER)라고 부른다. 만기형별에서 발생하는 천문메이저는 별의 맥동주기에 따라서 세기가 변하기도 하며 분자의 종류나 그 천이선(들뜸에너지)별로 서로 다른 공간분포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별 주변의 동역학적 특성을 연구할 수 있다.
밀리각초와 AU
밀리각초(milliarcsecond)는 각을 재는 초의 1000분의 1 단위다. 천문학에서는 멀리 떨어진 천체 사이 거리나 크기를 실제로 재기 어려우므로 일반적으로 각으로 나타낸다. AU(Astronomical Unit)는 태양에서 지구까지 거리를 기준으로 재는 천문단위다. 1AU는 약 1.5×108km이다. 태양에서 목성까지 거리는 약 5.2AU이다.

자료문의

☎ 042-865-2168, 전파천문본부 전파천문연구그룹 윤영주 선임연구원
☎ 042-869-5832, 전파천문본부 전파천문연구그룹 조세형 연구위원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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